아빠는 함께 걷자 했고 우리는 산티아고로 갔다

5 리뷰 3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부자)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모녀)와 다릅니다. 모녀지간이 싸우기도 하지만 여성으로서 서로 이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
15,000원
13,500 (10%할인)
15,000 15,000
상품코드
124761
배송비
2,500원 주문시결제
배너
쪽수, 무게, 크기 / 370g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상세 이미지
4c0e91be659c5d70f785762f639688d6_152629.jpg
책소개


[2018 세종도서(구.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선정 도서] 

평소에 잘 이야기도 하지 않았던 
아빠와 대학생 아들이 같이 걸은 800km 순례길

서로 서먹서먹하던 아빠와 아들이 함께 생장피드포르에서 산티아고까지 800Km를 걷기 시작한다. 이러한 일이 시작된 것은 여행 관련 TV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평소 여행 관련 TV 프로그램을 자주 보던 아빠가 TV를 보다가 문득 대학생 아들에게 말을 건넨 것이다. “아빠랑 저기 한번 가자.” 그렇게 툭 던져진 말은 정말 2년 뒤에 이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아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과연 아빠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걸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역시나 두 사람은 시작부터 삐거덕 댄다. 순례 첫 날부터 싸우고 만 것이다. 지친 아들에게 아빠는 계속 갈 길을 채근하고, 아들은 그러한 아빠에게 불만을 참지 않고 터뜨리고 만다. 이렇게 시작한 800km 길을 그들은 잘 걸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변했을까? 이번에 가톨릭출판사(사장 김대영 신부)에서 출간된 《아빠는 함께 걷자 했고 우리는 산티아고로 갔다》는 서로 친하지 않았던 아빠와 아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그 관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들려주며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책이다. 

지금까지는 아빠와 아들의 관계로 지내 오면서도 서로 다른 시선으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왔었다. 그래선지 아빠와 함께 피레네 산맥을 넘던 첫날부터 생각처럼 쉬운 순례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빠와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걸은 거리가 프랑스 ‘생장’에서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무려 800킬로미터였다. 그 먼 거리감만큼이나 멀어져 있던 아빠를 이번 순례를 통해 가까이할 수 있었다. 순례를 마친 지금 나는 아무리 말로 표현해도 부족할 만큼 끈끈한 유대감으로 아빠를 사랑하고 있다. 
― 9쪽 ‘머리말’ 중에서

함께 걷는 것만으로 같이 기뻐하고 
같이 슬퍼하는 참가족이 되는 여정

이 책은 성지 순례기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아주 소소한 일상들까지 적고 있다. 오늘은 어느 마을에서 어디까지 걸었는지, 어느 누구와 이야기했는지, 무엇을 요리했고, 무엇을 먹었는지, 어디가 맛집인지 등 자신이 겪은 일을 상세하게 적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독자들은 이러한 일상의 소소함이 이들 부자에게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됨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과 걸음을 맞추지 못하는 아들에게 화를 내던 아빠는 아들이 해 주는 요리에 기뻐하면서 점차 아들과 보폭을 맞추는 것을 배우게 된다. 아들도 아빠와 같은 곳을 향하여 길을 걸으며 아빠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점차 아빠와 같은 방향을 보게 된다. 더욱이 이 책에는 이 책에 쓴 내용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사진이 많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들 부자와 함께 여행하는 것처럼 글의 내용을 눈으로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다. 
흔히 길을 걷는다는 것은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점에 충실하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순례기는 대체로 순례를 하면서 하느님과 자신과의 관계가 변하는 이야기이지만 이 이야기는 아빠와 아들의 관계가 변화하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이 책에서 아빠와 아들은 아름다운 자연과 여러 나라 사람을 만나면서 수많은 사연들을 접하게 된다. 그러는 가운데 둘만의 동지애를 가지게 되어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된다. 
함께한다는 일이 걱정이었던 아빠와 아들이 시간을 내어 함께 걷는 것만으로 여러 가지가 바뀌게 된다. 멋진 자연과 만나 그것을 같이 보며 그 아름다움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강한 햇빛에 힘들게 걸음을 땔 때 나의 곁을 지켜 주는 사람이 된다. 이렇게 같이 기뻐하고, 같이 슬퍼하는 참가족이 되는 모습에서 우리는 가족이 점차 해체되어 가는 사회적 현실을 다시 보게 된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 나오는 아빠와 아들이 그들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나와 내 아빠이며, 나와 내 부모님, 나와 내 가족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서 아빠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동안 아들에게 말해 주지 못했던 자신의 진심을 전한다. 또한 아들은 이러한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아빠를 잘못 알고 있었음을 깨닫고 아빠와 화해하게 된다. 

아빠는 내게 한없이 약하지만 사이사이에 보이는 완고함은 그 누구도 어쩌지 못한다. 그런 아빠의 성격에 불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아빠를 존경하고 있다. 솔직히 아빠는 내게 부족한 점과 좋은 점 모두를 여과 없이 보여 주었다. 꾸밈이 없었다. 그 덕에 나는 좋은 점도 배우고 나쁜 점도 닮았다. 그러므로 좋은 점은 살리고 눈에 보이는 나쁜 점은 고치도록 하면 된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길을 걷다 보면 바뀌게 되어 있다. 
― 271쪽 ‘여행과 순례는 끝이 없다’ 중에서

이번 봄날, 이 아빠와 아들처럼 가족끼리 함께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처럼 길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걸어갈 수 있다. 그리고 수많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성당을 나와 시간에 맞추어 터미널에 도착해 보니 각국 순례자들이 눈에 많이 뜨였다. 이곳에서 외국인 여자와 눈이 마주쳐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Where are you from?” 
잠시 그는 멈칫하더니 대답했다.
“Uhm, I’m from France?” 
아직 여기는 프랑스 땅이다. 프랑스 사람에게 ‘너는 어느 나라에서 왔니?’라고 물어본 셈이다. 
“I’m from Korea. Ah! South Korea.” 
나는 부끄러워서 얼른 버스에 올랐다. 
― 26쪽, ‘밤하늘에는 별이 빛난다’ 중에서

이제 가려는 곳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한 명이자 첫 순교자인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대성당이다. 그곳으로 가는 길의 이름이 카미노 데 산티아고이다. 카미노는 길을 뜻하고 산티아고는 야고보 성인을 뜻한다. 아일랜드의 수도승인 페레그리니가 야고보를 기리며 순례를 갔던 길이다.  
― 30쪽, ‘밤하늘에는 별이 빛난다’ 중에서

“왜 자꾸 앞서가라고 하세요! 저 지금 무척 힘들어요!” 
아빠도 내게 화를 냈다. 
“비가 오고 있으니 노닥거릴 여유가 없다.” 
“아빠 생각만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잖아요.”
“그럼 아빠 생각이 틀렸다는 얘기냐!”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이번 길에서 일어난 첫 충돌이다. 아빠와 충돌이 없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아빠와 가깝게 지낼 수 없었던 것도 아빠의 주장이 강하고 성격도 다혈질적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연세가 든 만큼 아빠도 많이 변했을 거라 기대했다. 그 기대는 순례 첫날부터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순례길에서 화를 내는 아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언성을 높였고 화가 난 채로 산을 넘었다. 
― 35쪽, ‘피레네 산맥을 넘어’ 중에서

나도 웃으며 이 길을 걷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아저씨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Promise.”
짚고 있던 지팡이로 산티아고 방향을 가리켰다. 
“With god.” 
그가 이 길을 걷는 이유는 특별하다. 평소 밝은 모습과는 다른 사연이 있다. 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다. 그 아이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아저씨는 하느님께 아들과 한날한시에 같이 갈 수 있도록 기도하러 간다고 했다. 이제껏 들은 순례자의 사연 중 가장 경건한 이유이다. 이렇게도 슬픈 사연을 간직한 사람이 오히려 다른 순례자를 격려하고 가장 해맑게 웃고 있었다.  
― 124쪽, ‘실수는 누구에게나 있다’ 중에서

기부제 숙소는 등록을 하고 자기가 원하는 만큼 기부를 하면 쉴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 숙소의 주인은 몇몇 특정한 나라의 순례자에게는 숙박료를 정해 놓고 받았다. 그래서 내게도 숙박료를 요구했다. 나는 기부를 잘 하지 않는 나라라는 편견 때문에 대하는 차별이라고 생각하니 몹시 화가 났다. 하지만 아빠는 그런 일로 공연히 마음을 상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산불이 나면 불이 그 산을 태워 버리듯이 번민이 생기면 번민이 자신을 태우게 된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에게 일어나는 번민의 불길을 다스릴 줄 안다. 상한 기분을 마음에 담아 두는 일은 자신에게 도리어 이롭지 못하다. 프로미스타 사설 순례자 숙소에서 건조기를 사용하지 못한 일이나 이번처럼 기부제 숙소에서 일정 금액의 기부금을 강요당한 일들은 마음에서 깨끗이 잊어야 한다.”  
― 181-182쪽, ‘지혜는 번뇌의 불길을 태워 없애 버린다’ 중에서

“아빠! 저는 잘할 수 있어요.”
“그래, 너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아빠는 나를 이해하고 배려해 주었다. 나는 길을 걷는 동안 아빠와의 관계에서 비로소 편안함을 느꼈다. 좋지 않은 나의 몸 상태를 고려하여 아빠는 평소와 전혀 다른 사람처럼 길을 걸었다. 언제 아빠가 길을 서둘러 걸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나의 노닥거림을 다 받아 주었다. 바에서 초콜릿 우유를 마시며 한참을 쉬었다 가고, 또 다음 바에서는 빵과 커피를 사 먹고 한참을 쉬고, 또 다음 길에서는 순례자와 한참을 앉아 얘기해도 아무런 말이 없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한가하게 걸었다.
― 207쪽, ‘노란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으로 간다’ 중에서

아빠와 같이 걸을수록 나라고 하는 그릇은 자꾸 비워지고 나의 그릇이 비워진 만큼 단순해진 기분으로 가볍게 걸었다. 이처럼 나는 혼자가 아니라 아빠와 또는 이 길에서 만난 순례자와 어울려 길을 걸었다. 이 길에서 나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들리지 않던 나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말하지 못했던 나의 속내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길은 결국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다른 내일을 끊임없이 만들어 가고 있다. 
― 265쪽, ‘땅끝은 길이 새롭게 시작되는 곳이다’ 중에서

비밀번호 인증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세요.

확인

상품이 장바구니에 담겼습니다.
바로 확인하시겠습니까?

상품이 찜 리스트에 담겼습니다.
바로 확인하시겠습니까?

저자 소개


조범수 지음

1991년 서울에서 태어나 그림을 그리는 어머니와 시를 쓰는 아버지를 보고 자랐다. 2010년 서울시립대학교 국어국문과에 입학했다. 쓰고 싶은 시를 써 보려고 SNS 인스타그램에 [시밤]이란 필명으로 시를 연재하기 시작했다(instagram.com/cbumsooo).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떠난 순례, 그 따뜻했던 길 위에서 이 책을 썼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