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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주고받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많이 주는 사람에게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라는 격언처럼 사랑을 많이 받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많이 베푸는 사람도 더러 있습니다. 그들은 애정을 쏟은 사람에게 사랑받기를 원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인정받고 존중받기를 원합니다. 헌신적으로 사랑한다는 칭찬을 듣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내가 받기 위해서 남에게 베푼다면, 늘 손해를 본다고 느끼게 됩니다. 먼저 사랑을 받았고, 그 사랑이 자신 안에 흘러넘친다고 느낄 때에만 지치지 않고 사랑을 베풀 수 있습니다. 베풀기만 한다고 느낀다면 진이 빠지고, 받기만 한다면 부담만 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고받는 일 사이에서,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돌보는 일 사이에서 균형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 33~34p, ‘제1장 마음의 중심 잡기 - 다른 사람에게만 최선을 다할 때’ 중에서

‘자신의 평범함을 인정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평범한 삶’도 받아들인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도발적인 말씀으로 그 사실을 일깨워 주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마음이 불편해진다면 그 말씀이 우리 상처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만하지 말라고 경고하십니다. 우리는 그저 하느님과 자기 자신, 다른 사람을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당장 해야 할 일을 하여라.”는 겁니다. 우리는 나의 행위를 종교적 덕행으로 드높이거나, 남보다 낫다고 여기거나, 자신의 행동을 과대 포장해서는 안 됩니다. 그저 내가 하는 행위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중용을 지키며 사는 길입니다. 그럴 때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얻게 됩니다.

― 49~51p ‘제1장 마음의 중심 잡기 – 평범한 나의 모습 받아들이기’ 중에서

언젠가 약초를 재배하는 한 여성이 제게 겨울철에는 약초 뿌리를 캐지 않는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이 기간에는 약초 뿌리가 대지의 치유력을 흡수하기 때문에, 약초에 손대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회도 그러한 자연의 지혜를 받아들여, 겨울철에는 고요한 시간을 갖고 자신의 뿌리를 돌보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이 시기에 교회는 ‘모든 성인 대축일’과 ‘위령의 날’, ‘대림 시기’, ‘주님 성탄 대축일’, ‘주님 봉헌 축일’을 지냅니다. 우리에게 자신의 뿌리를 의식할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약초가 뿌리를 통해 치유력을 얻으려면, 뿌리에 양분이 공급되어야 합니다. 한 해를 잘 지내려면, 기도와 묵상, 대화와 고요함을 통해 우리의 뿌리에도 양분이 공급되어야 하지요.

― 62~63p ‘제2장 중용의 길을 걷다 – 나 자신 지키기’ 중에서

‘거룩함’은 세속에서 벗어난 것으로, 고대 그리스인들은 ‘거룩한 것’만이 인간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여러 관계 속에서 많은 기대를 짊어지며, 이 때문에 수동적으로 살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유익한 의식’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의식을 통해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자신만을 위한 ‘거룩한 시간’을 갖게 됩니다. 그런 거룩한 시간에 한숨을 돌릴 수 있지요.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자신만을 위한 거룩한 시간을 매일 갖는다면, 하루의 나머지 시간도 그 거룩한 시간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 89p ‘제2장 중용의 길을 걷다 – 거룩함으로 이끄는 유익한 의식’ 중에서

‘본질을 추구하는 것’은 나의 본모습을 찾는 노력을 의미합니다. 외형적이고 피상적인 자신에서 벗어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참자아와 만나는 일을 말합니다. 나의 본모습에 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무절제한 삶에 빠져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인간으로서 내가 어떤 존재이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곰곰이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의 본질을 추구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내가 지닌 자원을 무분별하고 무절제하게 낭비하지 않게 됩니다. 우리의 본모습은 참자아와 일치합니다. 참자아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단 하나뿐인 존재입니다. 이를 찾을 때, 비로소 자신과 일치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 일 저 일 서두르지 않으며, 나의 중심과 본모습에 머물 수 있지요.

― 116p ‘제2장 중용의 길을 걷다 – 참된 본질을 찾기’ 중에서

영성 생활은 ‘잠에서 깨어남’을 뜻합니다. 인도 출신의 예수회 사제인 앤소니 드 멜로(Anthony de Mello, 1931~1987년)는 영성적으로 잠들어 있는 사람이 많다고 했습니다. 이런 이들은 자신의 삶이 일·관계·성공·실패·안녕으로만 이뤄져 있다고 잘못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비’는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눈뜨는 것입니다. 본래부터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향해 눈뜨고, 본래부터 그분께서 존재하셨음을 믿으며, 맑은 정신으로 그분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럴 때에만 우리는 하느님 뜻에 맞게 살 수 있습니다.

― 121p ‘제2장 중용의 길을 걷다 – 모든 일에 주의 기울이기’ 중에서

‘겸손’은 ‘자신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용기’라 할 수 있습니다. 약점 또한 자신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겸손입니다. 자신의 약점을 받아들이면 그 약점은 더 이상 스스로에게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겸손’은 자신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 주고, 자신 안의 모든 것을 인정하게 합니다. 그리고 자신 안의 모든 것에 하느님 사랑이 깃들어 있음을 믿게 됩니다. 이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입니다. 하느님은 예수님을 통해 이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오셨기 때문에, 우리 역시 자기 영혼의 가장 어두운 곳으로 내려갈 용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나의 모든 약점을 어루만지고 고쳐 주시리라고 굳게 믿을 수 있습니다.

― 128p ‘제2장 중용의 길을 걷다 – 겸손이라는 용기’ 중에서

저는 제 안의 두려움, 시기, 질투, 무절제, 슬픔을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을 두루 지나 제 영혼의 밑바닥에 이릅니다. 그곳에서 저는 마음의 평정을 얻고, 하느님께서 지어 주신 단 하나뿐인 저의 본모습을 온전히 되찾습니다. 이런 제 본모습을 설명하기란 어려우며, 여전히 신비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저의 참자아가 지닌 신비를 접합니다. 그리고 영혼의 밑바닥에 제가 ‘하느님’이라 부르는 신비가 살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깨닫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 신비를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겠지요. 결정적인 것은 제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설명하거나 표현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마음 깊은 곳에서 제 안에 있는 신비와 만나며, 그 신비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제 마음속 안에 있는 신비가 거처하는 곳이 진정한 나의 모습과 만날 수 있는 본향이 됩니다. 그곳에서 나 자신과 함께할 때, 억지로 잘 지내보려고 힘들게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 143p ‘제3장 남은 것은 실천뿐 – 본질에 집중하기’ 중에서

참된 보물은 우리 영혼이라는 밭에 묻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영혼이라는 밭을 모두 갈아엎을 때에만, 그 안에 묻혀 있는 보물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자신이 지닌 세속적 한계를 인식해야 합니다. 이는 곧 자신이 흙에서 왔음을 기억하는 ‘겸손’을 말합니다. 이러한 겸손한 마음으로 추하고 어두운 면을 들여다볼 때 비로소 영혼 속에 묻힌 보물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진주는 조개의 상처에서 자랍니다.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볼 때, 자신 안에 있는 값비싼 진주를 발견하게 됩니다. 상처는 닫혔던 마음을 열어 줍니다. 상처로 인해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내 영혼의 밑바닥에 있는 값비싼 진주를 발견하게 됩니다.

― 156~157p ‘제3장 남은 것은 실천뿐 – 나 자신을 풍요롭게 가꾸기’ 중에서

‘평온한 마음’은 어느 것에도 불안해하거나 방해받지 않는 태평함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지으신 우리의 본모습을 되찾게 만드는 평온함, 울림이 있는 평온함을 뜻합니다. 마음속에 그런 평온함이 있다면 더 이상 외부의 뜻에 따라 행동하지 않게 되어, 우리를 이곳저곳으로 끊임없이 내모는 감독관에게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 감독관은 “완벽해야 해! 서두르라고! 전력을 다해! 마음에 들게 해 보라고! 힘내!”라고 자신에게 속삭이는 우리 마음속 소리입니다. 우리는 결코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재촉합니다. 그와는 반대로, 울림이 있는 평온함은 재촉하지 않고도 마음을 움직입니다.

― 164p ‘제3장 남은 것은 실천뿐 –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기’ 중에서

여러분의 영혼은 자신에게 알맞은 분수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직감력을 지녔습니다. 여러분의 영혼이 지닌 슬기를 신뢰하십시오.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볼 수 있는 무절제한 모습에 휘둘리지 마십시오. 그렇게 할 때 여러분은 즐겁고 아름다운 삶을 살게 될 것이고, 여러분의 삶은 ‘중용’이라는 광채를 띠게 될 것입니다.

― 193p ‘맺음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