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는 누구인가? 사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사제는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온 30년이었습니다. 이제부터 서품 제의가 수의가 되는 그때까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더 알고, 더 닮아가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걸어가신 그 삶을 충실히 따를 때 사제인 저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자연스럽게 주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 받은 그 사랑으로 사랑하며 살아갈 것을 다짐하면서, 최민순(요한) 신부님의 기도에 제 마음을 담아 간청드려 봅니다.
― 22p ‘예! 여기 있습니다’ 중에서
세월이 흐르며 신학생 시절의 뜨거운 열정은 다소 식었을지 모르지만, 부르심에 응답하여 30년을 사제로 살아오며 체험한 하느님의 사랑은 한없이 크고 깊음을 나날이 깨닫고 있습니다. 당신의 크신 사랑을 더 깊이 느끼는 삶을 살도록 허락하신 은총에 감사드리며, 제가 걸어가야 할 길을 잃지 않도록 나침반이 되어주시는 하느님을 성실히 따르며 걸어가겠습니다. 하느님, 당신은 제 삶의 유일한 나침반이십니다.
― 42p ‘인생의 나침반을 찾는 여정’ 중에서
“새어머니를 용서합니다.”라고 선언하자마자 당황스러울 정도로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쏟아지면서 마음 깊은 곳에 맺혀있던 응어리진 무엇이 쑥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처로 응어리져 있던 자리에 새어머니의 어쩔 수 없던 선택에 대한 이해와 포용하고자 하는 마음의 싹이 제 안에 솟아나기 시작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것은 나 자신에게 고통이기 때문에 용서란 나에게 잘못한 사람이 아닌 나를 위하는 큰 사랑이라는 것을 직접 체험을 통해 깨닫는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 84~85p ‘주님께서 허락하신 영광의 십자가’ 중에서
우리가 믿는 하느님께서는 “나는 있는 나다.”(탈출 3,14)라고 모세에게 당신의 이름, 당신의 존재를 알려주셨습니다. ‘있는 나’이신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해 주시는 사랑이신 하느님이십니다. 제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오는 모든 순간에, 아니 태어나기 이전부터 하느님께서는 저와 함께해 주셨고, 앞으로도 저와 함께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느님께 당신은 ‘함께하시는 사랑이신 하느님’이시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 103p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 중에서
깔딱고개를 겁내지 않고 숨이 차오르는 고통을 참아내고서야 산의 정상에 도착할 수 있는 것처럼 지금 당장은 눈앞에 긴 어두운 터널만 보일지라도 지금의 고통을 이겨내면 반드시 희망의 빛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인생 여정에서 겪는 고통 앞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을 나 자신을 믿는 것, 그리고 모래 위의 발자국 이야기에서처럼 언제, 어디서나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 서 그 고통의 시간에도 함께하여 주심을 굳게 믿는 것 말입니다.
― 217~218p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 중에서
개인 일기를 공개하는 것처럼 솔직하게 쓴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와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여러 이유로 교회를 떠나거나 소원해진 분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입고서 함께 살아감으로써 참 행복을 찾고, 누리며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 간절한 마음이 부족한 저를 솔직히 드러낼 수 있는 용기가 되었고, 제 부족하고 부끄러운 삶마저도 하느님의 도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제 삶에 최고의 선물로 오셔서 30년 동안 행복한 사제로 살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베풀어 주신 사랑을 마음에 감사히 담고, 참다운 사제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아멘.
― 264~265p ‘마치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