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중에서
야망을 가지면 남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 편하다. 사실 남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이 점이 바로 야망의 병증이다. 인생을 바칠 만한 목표라면 굳이 남에게 알려 그 존재 의미를 훼손시킬 이유가 없다. 그 자체로 진실인 모든 것은 나름의 비밀스러운 언어를, 내적인 의도를, 당사자인 그 사람조차도 미처 몰랐던 숨겨진 흐름을 지니기 때문이다.
― '야망' 중에서
인간은 성취나 도착이 아니라, 여행하려는 길에 가까워졌을 때, 발 딛고 선 대지와 가고자 하는 지평 사이의 대화 방식에 가까워졌을 때 자아의 핵심을 발견한다. 결국 우리는 언제나 궁극적 비밀에 근접해 있다. 목적지보다는 길을 찾고 싶다는 단순한 희망이 우리를 한층 더 진짜로 만든다는 비밀, 이를 이해하는 것과 이해하지 못하는 것 사이의 한 걸음은 행복에 도달하는 거리만큼 가깝다는 비밀에 말이다.
― '근접' 중에서
절망을 해독시키는 약은 행복한 상상을 하며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려는 무모한 시도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을 사로잡는 생각과 이야기에서 벗어나 우리의 몸과 호흡에 깊고도 용감하게 집중하는 것이다. 절망 자체와 자신이 절망에 어떻게 사로잡혀 있는지에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말이다. 그러다 보면 절망이 애초부터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 '절망' 중에서
천재성은 ‘아래에 서다(understand)’라는 단어를 의미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태어날 당시의 별자리 아래에 서서 밤의 지평선 너머 감춰진 별 하나, 미처 알지도 못한 채 지금껏 뒤따르던 그 별을 찾고자 한다는 것을.
― ‘천재성' 중에서
주기는 상상 속의 여행을 통해 자신을 상대의 몸, 마음, 기대 안에 놓아 보는 것이다. 주기는 상대에게 명확하고 또한 구체적인 무언가를 해 줌으로써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이 세상에서 더욱더 실제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또한 주기는 자신의 본질 중 일부를 함께 주는 어려운 과업이다. 값비싸지 않은 사소한 물건이라도 마음을 움직이는 메모가 곁들여진다면 완벽한 선물이 될 수 있다.
― '내어 주기' 중에서
향수는 과거로 빠져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아는 과거가 끝나 간다는 것을 최초로 알려 주는 통보다.
― '향수' 중에서
미적거리지 않고 잘못 헤매지도 않고 허공을 바라보지도 않고 그러면서 자기 의심이나 심장 마비 위험에 시달리는 일조차 없이 성취한 일은 순간적인 것, 하찮은 것, 유용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잠깐 시간이 지난 후 버려질 것이다. 반면 집필 과정에서 작가의 투쟁이 동반되지만 결국 그렇게 얻어 낸 이해가 담긴 결과물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 '미루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