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일기

김영진 신부 기븐소식

2019-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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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의 김영진 신부님의 탄광촌 성당 사목일기와 탄광인데 연탄이 없는 가난한 이웃의 이야기는 깊은 반성을 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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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9-12-20
쪽수, 무게, 크기 226쪽 / 0g / 148×210mm
ISBN 9788966612079
책소개
도계성당 부임 다음날 내 건강을 걱정하는 친구 중 하나인 서울 혜화동 성당 본당 신부가 왔다. 먼 곳을 한숨에 달려온 친구의 첫마디는 "첩첩산중이란 게 이런 곳이구나." 였다. 강원도 산에 익숙한 나도 이곳의 준엄한 산들 앞에 숙연해지는데 태백산맥의 험준하고 깊은 골에 있는 이곳까지 온 친구야 두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얼굴만 잠시 보고 갈 길 바빠 다시 서울로 오르는 친구를 배웅하고 사제관에 들어서니 내 마음만큼이나 정리되지 않은 이삿짐 보따리들이 "우리를 끌고 이 깊은 산중에 왜 또 왔느냐"라고 묻는 듯했다.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지만 하느님은 답이 없으시니 첩첩산중이 주는 선물인 산들을 오르내리며 기도하고 생각했다. 굳이 살을 붙이자면 한 번도 한 살아본 신부도 있건만 나는 세 번째로 탄광과 연관된 곳으로 왔으니 의미를 찾고 싶어서다. 더욱이 담낭암 수술 후 4년째 병원을 오가는 내 처지를 모를 리 없는 새로오신 주교님인데 "인사이동에 고민 많이 하셨구나." 하고 이해하면서도 한쪽 구석에는 미숙한 어린애처럼 서운함과 놀라움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묘하신 방법으로 설명해 주셨다.
자주 오르는 산속에서 그리고 성당 주변 재래식 공동화장실을 쓰며 낡아빠진 슬레이트 지붕 아래 사는 가난하고 착하고 순박하신 어르신들을 통하여 설명해 주셨다. 하느님의 설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니라 "탄관촌을 정말로 사랑하느냐?"셨다. "과거에는 탄광촌에 살았어도 너를 더 사랑하고 아꼈을 뿐이다." 라는 설명도 주셨다. 그것은 사실인데 그것을 숨기고 살며 심지어 과거 탄광촌 경험을 훈장처럼 떠들어댔는데 그 알량한 속임수를 꼬집어 내신 것이다.

이제 네게 있어 탄광촌을 더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것은 하느님이 주신 운명처럼 느껴진다. 문화적 불모지이며 열악한 탄광촌의 환경들이 내게는 전혀 낯설지가 않다. 연탄가스 냄새가 나는 골목길을 다니는 것도 친구 집을 가는 듯 편안하다. 작은 성당에서 매주일 밥해먹고 오손도손 지내는 것이 행복하며 어려운 이들에게 주머니를 열고 은인들의 도움을 받아 추운 겨울 연탄나누기를 하는 것도 큰 기쁨이다.

탄광촌에 살면서 자주 생각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여기가 아니라면 기도하고 글 쓰고 책 보고 산에 가고 편히 쉬는 시간들을 어디서 풍요히 가질 수 있었겠는가!

여기가 아니라면 사명을 다하고 버려지는 연탄재가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것인지 어떻게 체험할 수 있었겠는가!

여기가 아니라면 아직 타보지 못한 연탄 덩어리가 탈 수 있는 가능성만 자랑하며 얼마나 많은 허풍을 떨고 잘난 척 위세를 부리는지 어떻게 알 수가 있었겠는가!

여기가 아니라면 숲을 이루는 것이 더 많은 햇볕을 받으려고 위로만 오르는 나무들 때문이 아니라 낮은 곳에 있는 보잘것없는 잡풀들과 작은 나무들이 있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꼭대기만 쳐다보며 부러워하고 시기하는 동화 속 여우가 되어갈 줄 어찌 알 수가 있었겠는가!​

 _머리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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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지은이 김영진 신부 

1954년 강원도 횡성에서 출생했고 1980년 천주교 신부가 된 후 군종·탄광촌·농촌·미국 뉴욕 등 여러 곳을 다니다가 2016년부터 태백산 함백산 자락의 탄광촌인 도계성당에 살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밀가루 서 말짜리 하느님」, 「자판기가 되신 하느님」, 「세수는 매일 하십니까」, 「성서안의 사람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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