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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부인과 성 프란치스코와 거룩한 교제』는 작자 미상의 우의(寓意)적 시극(時劇)으로서 지난 1985년 분도출판사를 통해 소개했던 것을 새롭게 다시 펴낸 것이다.

현대 세계는 이전의 가치와 새롭게 출현한 가치들 사이에서 어떤 것은 긍정하고 어떤 것은 의문을 던지며 미래 세대에 전해 줄 가치를 갈무리하고 있다. 어느 시대에나 있어 온 활동이지만 기술 문명의 발달과 자본주의의 팽창에 따른 낯선 세계 질서 그리고 지난 세기부터 세계화된 전쟁과 파괴의 기억과 지속이, 어느 때보다 빠른 변화와 도전들이 이러한 선택과 변화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가장 의심받고 가장 못 미더운 가치는 아마도 가난일 것이다. 그것이 영의 가난이든 물리적 가난이든 한편에서는 기대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늘 몽상가의 허황된 꿈이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옛적 유물로 여겨진다.

우리의 현실이 각박한 만큼 가난은 더욱 실제로는 아무 효과 없다고 여겨진다. 그렇지만 이 책이 쓰여지던 때에도 가난은, 바로 가난을 선택했다는 수도자나 교회,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로부터도 외면받고 도전받았다.

오늘날 가장 도전받는 가치라는 건 다시 말하면 이 상황을 가장 크게 뒤바꿀 가치라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그런 뜻에서 이 시극은 유쾌하고 진지하며, 무모하고 깊이 위로가 된다. 삶의 새로운 가치를 궁금해하는 독자에게 가난부인과 성 프란치스코가 나눈 거룩한 교제는 틀림없이 깊고 짙은 울림을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