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시초를 둘러싼 갈등과 소통의 드라마
한스 큉이 마침내 물질과 생명과 인류와 인간 정신의 기원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이 시대 가장 도발적 신학자다. 우주 만물의 근원과 정면대결하면서, 그는 신학과 종교의 견고한 담벼락을 과감히 부수고 나와 물리학·수학·생물학·뇌 과학·고고학·인류학의 아성을 유유자적하게 넘나든다. 그러면서도 자기 정체성의 뿌리는 철학과 신학의 심연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과학과 종교의 올바른 관계 정립과 소통을 늘 새롭게 시도한다. 놀라운 것은 그가 빨아들인 정보의 방대함이 아니라, 그것을 토대로 쌓아 올린 비판적·통합적 사유 체계의 고유함이다.
신이 가설이 아니라 실재라는 사실은 과학적 증명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직 이성적 신뢰 속에서만 긍정될 수 있다고 한스 큉은 주장한다.
그는 우주론의 근본 문제에 성경이 답을 내린다고 진심으로 믿지 않으며, 인간의 모습을 한 신이, 그것도 세상을 ‘엿새 만에’ 창조했다는 성경의 믿음을 고수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성경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과학자들에게는, 계몽된 이성이 우리를 오도한 적은 없었는지, 이성이 복된 진보와 동시에 살인 기계도 만들어 내지 않았는지, 삶의 자연적 기반을 파괴하지 않았는지 따져 물으며, 사물을 대함에 있어 자연과학적 시각과는 다른 또 하나의 시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스 큉, 과학을 말하다』는 종교적 신심도, 우주적 신심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과학자들은 종교를 통해 도전과 자극을 받고, 신학자와 믿는 이들은 물리학과 생물학의 찬연한 성과들이 세계와 생명과 인간의 기원에 새로운 빛을 던져 주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또한 그 빛이 시대에 걸맞게 이해된 성경의 증언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비추고, 석연히 해명된 철학과 신학을 겸손한 자의식으로 현대인에게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확하고 사실적인 지식은 사물을 이해하는 전제 조건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큰 맥락을 파악하고, 전문 분야의 식견을 견지하면서도 전체를 놓치지 않으려면, 철학적·신학적 기초 지식이 필요하다. 이 책이 시류를 타는 과학적 주제들에 새로운 지식을 덧대기보다는, 차라리 과학의 근본 문제에 일관성 있고 신뢰할 만한 해답을 주었으면 하는 것이 한스 큉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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