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옆 자리에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스페인 사람과 결혼해서, '올초부터 부산에 살고 있다'는 중년부인이 앉아 있었다. 스페인에 살고 있는 두 아들을 만나고, 부산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나는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걷기 위해 스페인에 왔다,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나는 그간 길을 걸으면서 만난 순례자들, 그 길에서의 여러 느낌을 설명했다. 자다가, 깨어나면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설명하는 중에, '그런 경험들을 혼자만 간직하지 말고 책을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의외의 제안을 받았다.
나는 작년 한 해 동안 안식년을 가졌다. 주어진 1년을 짜임새 있게 보내기 위하여 오랜 동안 준비해왔고, 대부분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1년이 지나고, 여행 정리를 하다 보니, 한 권의 책으로는 부족했다. 우선 인상 깊었던 성지들과 '까미노 데 산티아고'의 체험을 중심으로 출판하기로 했다. 다음에 할 일이 남아 있게 된 것이지만, 그 다음이 언제일는지는 기약할 수가 없다.
- 저자의 '이야기를 시작하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