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카라를 한다발 사다 꽂다가 문득, 이곳이 ‘다시, 카라의 찻집’이 되었구나 했던 건 먼저 카라의 찻집을 어느 만큼은 잊어가고 있단 뜻일까요. 하긴 전보다 훨씬 조촐해지기는 했으나 그의 책과 나의 책과 아들의 그림과 아직도 여럿 남은 찻잔이 있으니, 한갓진 찻집이 되지 못할 이유가 없겠네요.
그를 보내고 머리 하얀 여인이 되어 쓴 나의 글과 쉽게 마르지 않는 그리움의 물감으로 그린 아들의 그림을 한데 엮어서 내는 이 책이야말로, 그에게 전하는‘다시, 카라의 찻집’이야기가 되겠지요. 그의 지인들은 그가 하늘 조경 공사에 불려간 모양이라고 하지만, 나와 아들은 세상 끝 어딘가의 조경 공사를 맡아 돌아오지도 소식을 전하지도 못하는 거라 여기고 있으니까요.